• 어르신 주거 안전 캠페인
  • 크라우드 펀딩 스토리 “춘천으로 같이 왕진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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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 캠페인
    + 신규 프로젝트
  • MBC 로드 다큐 <뭐라도 남기리>를 통해 춘천의 왕진의사 양창모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효율성부터 따지는 요즘 세상에서 호호방문진료센터 양창모 선생님은 몸이 불편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춘천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진료합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일을 하고 있는 양창모 선생님에게서 영감을 얻어 길스토리는 어르신 주거 안전 캠페인 '밤새 안녕하셨어요'를 시작합니다.
    밤새 안녕하셨는지 묻는 말은 가벼운 안부인사 이상입니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은 밤중 화장실에 가다가도 넘어져 크게 다치시기 때문이죠. 도시와 달리 농촌가옥은 낙상사고를 유발하는 장애물이 많습니다. '밤새 안녕하셨어요' 캠페인의 목적은 고령의 어르신들 집을 수리해 낙상으로부터 그들을 지켜드리는 것입니다.

    양창모 선생님의 일이 치료라면, '밤새 안녕하셨어요' 캠페인이 하고자 하는 일은 예방입니다. 치료와 예방은 언제나 함께 가야 할 짝이기에 이 캠페인을 위한 펀딩은 함께하는 왕진이 될 것입니다. 그럼 호호방문진료센터의 삼총사 양창모 의사, 최희선 간호사, 최재희 케어매니저와 함께 춘천으로 왕진을 가볼까요?

    “어르신, 밤새 안녕하셨어요?”
    어르신의 넘어짐은 차원이 다릅니다.
    “어르신, 집에서 넘어져서 다치신 적 있으세요?”
    왕진 길에 동행한 날, 어르신에게 여쭸더니 그야 아주 예삿일이란 듯이 대답하십니다.
    “많지~ 오른팔에 시커멓게 멍이 들었었지. 그래서 파스 붙였어.”

    두 번째 집 어르신은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많지~ 일어서는데 현기증이 나서 넘어졌지. 얼굴을 갈아서 여기 볼이 다 까졌지. 이웃한테 전화했더니 119를 불러줘서 그 밤중에 병원에 갔었지.”

    그 정도이길 천만다행인 이유는, 낙상사고란 게 어르신들에게는 넘어짐 이상이라 생명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낙상은 65세 이상 노인의 사고 사망원인 2위이며, 사망 인구는 한 해 83만 명에 이릅니다. 낙상이 무서운 이유는 골절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은 넘어져서 고관절 혹은 척추가 부러지면 뼈가 잘 붙지 않아 오랜 시간 누워 지내게 되고, 그때부터 몸이 급속도로 쇠하게 됩니다. 근손실, 합병증, 면역력 약화, 우울증 등이 한꺼번에 찾아와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합니다. 넘어져서 목숨까지 잃는다는 건 건강한 젊은이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르신들은 다릅니다.

      
      “70대 이상 노인분들이 넘어져서 골절됐을 때 사망률이 여성분들 유방암 사망률과 비슷해요. 특히 고관절이 골절되면 1년 안에 3명 중 1명이 돌아가세요. 중풍만큼이나 위험하죠. 골절 자체도 위험하지만, 수술 자체가 큰 수술이고 입원 자체가 큰 타격을 줍니다. 오래 누워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노인들 신체 기능에 주는 영향이 엄청 커요.” (호호방문진료센터 양창모 의사)
    70년을 살아온 집이 산이 됐습니다
    왕진에 동행하여 눈으로 보고 참으로 놀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서 제일 많이 넘어졌어” 하고 어르신이 가리키신 손가락을 따라가니 그저 금이 간 바닥뿐이었습니다. 처음엔 갸우뚱했죠. 높이차도 없는 것 같고, 단지 시멘트 바닥에 금이 갔을 뿐인데 이것 때문에 그렇게 자주 넘어지셨다니요. 그러나 이내 깨달았습니다. 멀쩡하게 걷는 사람의 시선으로 이 집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다리를 땅에 끌듯이 걸으시는 어르신들에게는 0.1cm의 단차도 계단만큼 버거운 턱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작은 조치만으로도 어르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됐습니다. 시멘트를 살짝 덧발라 메워주는 것만으로도 집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어르신이 넘어지는 일을 없앨 수 있습니다. 욕실에 미끄럼 방지 스티커를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몇천 원짜리 간이조명 하나 벽에 달아주는 것만으로도, 자그마한 손잡이 하나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의 밤과 낮이 안전해집니다.

    작은 문 너머, 온 힘을 써야 하는 길이 펼쳐집니다

    깨진 시멘트 바닥도 어르신에게는 큰 장애물이고,

    매일 넘어다니는 문턱도 산 같이 느껴집니다

    신을 벗고 집에 들어가는 것도 온몸을 써야 하는 일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낙상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 1위가 집입니다. 첫 번째 만난 89세 어르신은 “이 집에서 70년을 살았다”고 하셨습니다. 한평생 살아서 구석구석 익숙한 집안이 이제는 장애물이 됐다는 사실에 조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아무 문제도 아니었을 방 문턱, 낡아서 우글거리는 장판, 계단, 금이 간 바닥 모두가 나이 들고 아픈 몸엔 산입니다. 미끄러지고, 발이 걸리고, 현기증 때문에 휘청이고, 그렇게 자꾸 넘어져서 멍이 들고 피가 나고 뼈가 부러집니다. 그러나 이건 우리가 충분히 해결해 드릴 수 있는 문제이지요. 그들에겐 어렵지만 힘을 모은 우리에겐 쉬운 일이니까요.

    사실, 노인 낙상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사업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소양강댐노인복지관 복지사업팀 최대영 팀장은 ‘마을 이웃복지사’라는 사업을 기획했는데, 더 젊으신 이웃 어른들을 그룹화하여 이들이 더 고령인 이웃 어른들의 집을 직접 고쳐주는 지원사업이지요. 하지만 사업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서 관할구역 내 250가구 중 겨우 10분의 1 정도에게만 지원이 돌아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펀딩의 구체적 목표는, 소양강댐노인복지관과 함께 더 많은 어르신 댁을 마을 이웃복지사분들이 수리할 수 있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최대영 팀장님에게 여쭸습니다. 펀딩이 성공해 예산이 확보되면 가장 시급하게 고쳐드려야 할 것 하나만 꼽아달라고요. 하지만 하나 이상의 답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난간이요. 일어설 때 어지러워서 잡아야 해요. 문턱 제거도요. 문턱에 걸려서 가장 많이 넘어지세요. 조명도 필요해요. 밤에 화장실 갈 때 켤 수 있는 간이조명이요. 다리에 힘이 없고 시야가 눈앞까지밖에 안 보여서 조명이 있어야 해요. 아, 화장실이나 침대 옆에 안전 손잡이도 꼭 해드려야 해요. 1만 2천 원 정도여서 큰돈 드는 게 아닌데 이게 효과가 크거든요. 또, 경사로에서도 잘 넘어지시고 해서...” (소양강댐노인복지관 최대영 팀장)
    왕진 길에 함께 나서 주세요
    호호방문진료센터 세 의료진의 길에 동행해주세요. 여러분의 펀딩 참여로 설치되는 손잡이 하나, 조명 하나가 ‘함께 하는 왕진’입니다. 왕진 날이면 몸의 치료 이상으로 외로운 마음을 치유 받으시는 어르신들은 아마도 여러분이 놓아드린 난간을 잡으실 때마다 사람의 온기를 느끼실 거예요. 사실, 온기야말로 어르신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양쪽 무릎을 수술했다는 첫 번째 어르신은 저희에게 본인 아픈 곳 얘기보다 살아온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습니다. 남편이 젊어서 세상을 떠나 홀로 5남매를 키워낸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어르신을 보면서 어쩌면 몸 아픈 것보다 고립감과 외로움이 더 힘드셨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치료보다 ‘이야기’가 더 갈급해 보였거든요. 양창모 선생님도 이를 짚으셨습니다.

    진료가 끝나고 집을 나서며 ‘이제는 들어가셨겠지’ 하며 돌아봤을 때, 어르신은 아직도 손을 흔들고 계셨습니다. 저 멀리 작은 점이 됐는데도요. 그걸 보면서 확신했습니다. 의료 못지않게 꼭 필요한 게 온기라는 것을요. 문득 호호방문진료센터 삼총사의 방문이 그들 일상에서 얼마나 귀한 만남의 시간인지 실감이 됐습니다. 그리고 걱정도 됐습니다. 우리 일행의 방문으로 잠시나마 떠들썩했던 시간이 집안에 더 큰 외로움의 여운을 남겼을까 봐요.

      “한 어르신이 힘들다고 하면서 우셨는데 저희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 본인이 집에서 혼자서 밥 먹는 거, 그게 너무 서럽다고 하셨어요. 조금만 건강하면 걸어서 마을회관 가서 같이 밥 먹을 수 있는데 수술하고 나선 집에서 혼자 드시니까 그게 더 힘드셨던 거죠. 몸이 아픈 것보다.” (호호방문진료센터 양창모 의사)
    부디 사라지지 않는 여러분의 온기를 어르신들 댁에 놓아주세요. 그것은 온기이면서 동시에 생명을 살리는 의료이자 삶을 유지하게 하는 이웃 돌봄입니다. 밤새 안녕하셨냐는 다정한 인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행우주 속 내 미래에서 스스로에게 행하는 보살핌입니다.
    P.S. 평행우주는 양창모 선생님의 표현이랍니다. 길스토리를 만나던 날, 원장님은 전날 밤 쓰셨다며 글 하나를 읽어주셨어요. 영상과 함께 아래에 붙입니다.
    <평행우주>
    호호방문진료센터 양창모

    만약 당신이 삼십 년 후의 먼 미래에서 온 사람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불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만약 혹시라도 가능하다면, 그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아마도 아주 귀한 손님으로 환대하리라.

    고백하자면 나는 시간 여행자. 아침마다 출근해서 미래로 간다. 내가 방문진료하는 시골집은 나의 평행우주. 그곳에서 나는 나의 미래에서 온 사람을 만난다. '다른 상황 속에 있는 나, 다른 시간대 속에 있는 나'가 그곳에 있다.

    노인은 우리의 미래에서 온 사람들. 내 머나먼 미래, 삼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내가 살고 있는 현재로 건너온 귀한 사람들이다. 삼십 년 후.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지를 지금 이곳에서 보여주는 거울 같은 존재, 지금 이곳에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약속하는 사람이, 노인이다.

    시간이란, 봉지에 든 과자. 어쩌면 당신은 이제 막, 과자 봉지를 뜯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마도 이미 반 이상은 먹은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당신이나 나나, 때가 되면 그 과자를 거의 다 먹게 된다.

    '봐. 저 사람들을 봐. 저렇게 힘들게 살아. 저분들에게는 무엇보다 복지가 필요해. 정부는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저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해야지!'라고 우리가 말했던 그 사람들에게, 예를 들면 내가 만나는 아픈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가 아니다.

    내가 시골 들녘에서 만난 노인들은 능력자들이다. 나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곳에서도, 나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통증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방파제에 매일매일 부딪혀 오는 파도처럼 매일의 일상이 주는 수많은 곤란과 불편함 속에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견디며 살아간다.

    맞다. 그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정부의 시혜는 아니다. 그들에게는 다만 자신들을 잊지 않은 사람, 와 주는 사람, 들여다보는 사람, 즉 한 사람의 이웃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웃이 되어주는 것은, 정부가 아니더라도 바로 당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왕진가서 어르신들을 만나고 올 때마다 내 마음속에 움트는 것이 있다. 슬프고, 기쁘고, 외롭고, 따스하고, 안타깝고, 때론 너무 다정해서 쓸쓸하기도 한 마음.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낯선 타인이 내게 보내는 외부의 메시지가 아니라 내 미래가 나에게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다.

    타인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사람, 노인들 속에서 나의 미래를 발견하는 사람에게 평행우주는 있다. 사물들로만 가득 찬 이 거대한 우주 속 당신의 평행우주에는 지금 누가 살고 있는가. 누가 됐든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 ‘밤새 안녕하셨어요’ 자세한 안내와 참여 방법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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