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ad Story
  • 천천히 흐르는 시골버스에
    몸을 싣는다

  • 시골버스
    + 길이야기 : 길을 읽어주는 남자 I 2018,19
  • 몇 해 전 꽤 오래된 이야기이다. 남해에 여행을 떠나 목적지 없이 버스로 이동 중이었다. 남해는 어느 도시보다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남해를 지키는 파수꾼 같았다. 왼편엔 파수꾼들이 지키는 마을이, 오른쪽에는 바다가 펼쳐졌다. 당신은 살면서 자연에 몰입된 경험이 있는가? 나에겐 그때 그곳이 그랬다. 잠시 후 버스 안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뭔가 이질감을 느꼈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풍경에 2% 부족한 안내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을 곱씹어 보다가 이런 생각에 도달했다. ‘버스 방송을 이 지역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시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남해에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시골버스’를 위한 답사여서 모든 교통수단을 버스로 한정 지었다. (남해는 자가용이 없으면 돌아다니기 꽤 힘든 지역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출발했다. 목적지는 없었다. 정해놓고 이동하면 숙제가 되어 버릴 것이 분명하여 조금씩 마음을 열고 그때 그 마음이 올라오길 기다렸다. 몰입의 기본은 비움이라 생각했다. 그때 내가 탄 버스는 바닷가를 끼고 달렸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방면으로 가는 버스 표를 끊고 30분 정도를 기다려 버스에 올라탔다. 번호도 없는 버스를 타는 것에 휴대전화기의 정보는 무용지물이었다. 안내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따라 무작정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 버스에 올라타니 나를 제외하고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이 분들이 안내 방송을 한다고 생각하니 한 분 한 분이 궁금해졌다. 그 목소리엔 분명 남해의 역사와 당신의 역사가 들어 있을 것이다.
    시골버스, 남해 중에서…
2018-19 길을 읽어주는 남자 : 시골버스
2016 길을 읽어주는 남자 : 서울 한양도성
2015 길을 읽어주는 남자 :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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