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이야기
  • 시골버스
  • 서울 한양도성
  • 제주
  • 성북
  • 북촌
  • 카테고리 전체보기
    • 서울 한양도성
      역사와 문화, 미래의 가치를 품고 있는 서울 한양도성에서
      우리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길을 찾고, 그 길을 걷는다
      40 10,566 134,469
    ESSAY
    Ep.02 한양도성으로부터의 사색

    서울 한양도성 10人10色 Ep.02

    한양도성으로부터의 사색

    2016년 9월 20일 연재

    낯선 곳을 여행하다 보면, 혼자 말이 많아질 때가 있다. 꼭 누가 옆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공간이 주는 자극 때문일까? 그 미지의 세계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숨어있고, 지금과는 또 다른 순간을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렇게 평소에 나 자신도 알아채지 못 했던 내 안의 속사람을 발견하게 만든다.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이 모든 순간들을 보이지 않게 운용해 왔던 나만의 가치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나만의 가치는 무엇일까

    한양도성은 우리에게 그런 뿌듯한 대화를 하도록 주선한다. 이 고즈넉한 옛길을 가만히 걷고 있으면, 도저히 속사포로 쏟아지는 그 질문들을 무시할 수가 없다. 애초에 이 옛길엔 그런 힘이 있었다.

    조선팔도 모든 길은 한양으로 통하고 한양도성에 닿았다. 성문에는 쉼 없이 사람들이 오고 가고 그 수많은 발자국들로 닳고 닳던 흙길에는 사람 사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새겨졌다. 그렇게 당대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입에서 입으로, 기억에서 기억으로 전해져 온 것이다.

    그 끊어진 듯 이어진 길 하나하나에 새겨진 평범하면서도 특별했던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의 세계를, 시대를 또 다른 방식으로 들여다보게 하여 결국에는 나에게로 가는 길을 찾도록 도와준다.

    특별하지도 비범하지 않은 우리 보통 사람들. 언젠가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 같은 세대를 공유했던 내 친구들, 나를 나로서 존재할 첫 토양이 되어준 가족들, 다시 가족에서 가족으로 연결된 우리들, 그 모든 이웃들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힘을 생각하게 한다.

    나에게로 가는 길

    그들 모두는 각자의 길을 내왔다. 그 길들에는 자연히 그 시대의 생각이 담기고 삶들이 모여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그것이 곧 하나의 시대이며 역사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 오직 한 사람의 작고 사소한 이야기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귀해졌다. 이제는 '식구', '우리'라는 정다운 말들이 그 어감조차 낯설게 느껴진다.

    어쩌면 조만간 '함께한다', '동행한다'는 뜻을 사전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지도, 마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이미 지금도 어색하지 않는가? 공동의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산다는 것, 함께 서로의 삶을 돕는다는 것.

    이제 우리는 온전히 각자의 공간에 살고 층층이 분리된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뉴스에서는 점점 더 고독사 이야기가 늘어나고, 남녀노소 모두가 사회적 소외를 걱정한다.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행복의 조건에 대한 고민을 넘어, 함께 ‘동행’한다는 것에 대하여 진지하게 해답을 찾아야 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삶의 질을 결정짓는 행복의 조건


    한양도성의 성곽마을들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그렇다. 우리는 특별히 운이 좋았다. 이제는 서울에서 사라져버린 작은 샛길과 골목을 가진 북적북적한 마을. 주민들이 동네를 사랑스러워하고 이내 자랑스러워 보존하기를 원하는 마을. 마을 한복판 평상에 삼삼오오 모여 일상을 공유하기를 꺼리지 않고, 이웃들과 함께 밥과 마음을 나누는 작은 공간을 갖고 있는, 그렇게 기꺼이 함께 공유하는 시간들을 지켜내고 있는 사람들이 정겹다. 기억 저편으로 흐려져 간 이 다정한 풍경을 한양도성에 기대어 다시 힘껏 일으켜 세워보고 싶다.

    6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한양도성이 남겨준 우리네 삶의 기록들, 산과 들과 냇물과 함께한 그 소소한 삶의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 할 때를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마치 화초를 가꾸듯 자세히 보고, 자주 보고, 또 보고 돌보면 오래오래 이 미쁜 순성과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따듯한 상상을 해본다.

    한양도성과 600년을 넘어 동행한 보통 사람들의 흔적을 사색하며, 나를 나로서 있게 해주는 나만의 가치도 더불어 찾게 되기를 바라본다. 이번 프로젝트에 재능기부로 참여한 시민 '강민석'씨의 '한양도성 그리고 나의 미래가치' 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이 시대가 나에게 전하는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by 김남길
    "아래 소개하는 영상은
    <길스토리: 서울 한양도성 10人10色 프로젝트>의
    시민 참여자 '강민석'씨가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한양도성 그리고 나의 미래가치'를 주제로 제작되었습니다."
    추천수 193 조회수 2,535
    추천스크랩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