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 아동·청소년 지원 캠페인
  • 든든한 하루 작공 - 비가 쏟아지던 날, 우리는 기록을 시작했다

  • 든든한 하루
    + 위기 아동·청소년 지원 캠페인
  • 안녕하세요. 은평구 작공을 이용하는 조혁규입니다.
    작공은 은평구의 작은 대안 배움터예요. 학교 안팎 청(소)년이 생활·관계·표현을 천천히 연습합니다. 올해 길스토리의 ‘든든한 하루’ 지원이 닿으면서, 영화·글쓰기, 여행부터 집정리 수업까지. 하고 싶던 활동들이 실제 장면이 됐습니다.
    길스토리의 제안으로 저는 경식이, 형규와 함께 작공에서의 활동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그래서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이 제 첫 번째 기록입니다. 잘 읽어 주세요.

    철원, 내 첫 문장
    7월, 우리는 몇 년 만에 철원 여행을 갔습니다.(작년에는 작공의 예산이슈로 여행 프로그램이 없었어요) 탈북민 형님들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밥을 먹고, 숙소에선 족구, 다음 날엔 래프팅과 삼부연 폭포까지. 오랜만에 몸을 길게 썼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 활동적인 것들을 많이 안 했었는데 이번 철원 여행에서 몇 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작공 친구들과 족구를 했습니다. 그때 제 노트에 박힌 한 줄이 있습니다. “겉은 다 컸지만, 내면은 아직 덜 큰 것 같다. :)”
    이 여행에서 오래 남은 말이 있습니다. 한 동생이 말하길 "형들에 대해서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지 못했던 말이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끼리 있을 때 자연스레 나오는 행동과 말투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익숙한 사이에서 예전 말투와 버릇을 무심코 되풀이해온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만남에 우리는 “그때 우리는 어떻게 보였어?”라고 물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억지로 맞추지 않고 관찰–기록–공유로 건너보기.
    바비큐 불을 붙이던 순간, 맑던 하늘이 순식간에 폭우로 바뀌었습니다. 떠나는 길에 찍은 단체 사진엔 밝은 얼굴과 우중충 하늘이 나란히 들어왔고, 그 프레임이 우리 여름의 제목이 됐습니다.
    영화·글쓰기 수업: 장면을 잇는 법
    여행이후 다시 작공으로 돌아와서는 영화·글쓰기 수업을 이어갔습니다. 몇 해 전 해봤던 수업이었는데요. 올해 든든한 하루 캠페인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시간엔 모두가 짧은 시나리오를 간략히 구성해 공유했고, 휴대폰으로 찍은 철원 여행 영상을 타임라인에 올려 순서를 바꾸는 연습을 했어요. 신기하게도 각자의 시나리오들엔 ‘꿈’이 공통으로 겹쳤고, 한 줄 평도 "창작과 제작, 모두 어렵다.”고 똑같이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사이엔 공용어가 하나 생겼습니다. '겁먹지 말고, 해보자.' (철원에서 찍은 영상들을 함께 보며 어떻게 편집할지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던 시간도, 우리에겐 소중한 연습시간이었습니다.)
    경청의 기술: Spotlight
    작공에선 원으로 동글게 앉아 한 사람은 꿈을 말하고 모두가 듣는 시간을 가집니다. 저는 이 시간을 'Spotlight'라고 이름 붙여봤습니다. 규칙은 단순합니다. 말하는 사람에게만 집중, 나머지는 묵묵히 경청.
    저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반론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는”이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직은 이 시간이 조금 지루하지만, 지루함을 이겨낼 만한 무언가를 얻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_고 노트에 적었습니다.

    어느 날은 제 꿈을 말하는 날이었습니다. 꿈에서 울었던 모습이 창피해서 일부러 빼먹었다가, 한 친구가 알아차리고 짚어줘서 다시 솔직하게 말하고 진행했습니다. 내 꿈을 누군가와 깊게 들여다보는 일은 수치스럽지만, 그날 저는 끝까지 앉아 있었고 내 말을 내가 당당하게 하는 법을 조금 배웠습니다.
    적성검사에서 건진 문장
    어느 주엔 다중지능 적성검사 결과를 들었습니다. "수많은 데이터가 제 앞에 놓여 있는"경험이 새로웠습니다. 결과표엔 자기이해지능이 높게 나왔다고 적혀 있었지만, 아직 완전히 다루진 못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상담 선생님의 “장점 세 가지를 바로 말해보라”는 말에 멈칫한 이런 나의 모습을 말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거울 앞에서 제 장점을 입 밖으로 내는 연습을 합니다. 낯설지만 좋습니다.
    엔드 크레딧 대신, 오늘의 짧은 기록 (7~8월)
    7, 8월 작공에서의 기억에 남는 순간들과 우리 친구들이 남긴 한 문장을 정리해봤습니다.
    철원 여행: 폭우 속에서도 다시 불을 살린 저녁 — “어떤 상황이 와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 수업: 타투를 주제로 쓰며 — “‘다름’을 내 방식으로 만드는 중이다.”
    영화 기획: 단편 시나리오 구상 — “잠 못 드는 밤”
    적성검사: 결과표를 보고 — “나는 신비로운 존재다.”
    우리는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주에 한 줄 더 적어 보겠습니다.
      위기 아동·청소년 지원 캠페인 ‘든든한 하루’는 2024 우주최강쇼 수익금으로 운영됩니다.
    여러분의 응원은 작공의 수업 재료, 멘토링, 기록,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기반입니다.
    다음 장면도 함께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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