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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나길 2기 ‘여기 있어요’
“초록이 가진 다정함으로 자신과 타인을 위로하는 창작가, 박진솔을 만납니다.”
작가 소개
다정을 바라봅니다
저는 그녀가 돌보는 작은 화분 중 하나입니다. 거실에는 제가 있고, 침실에는 더 큰 화분이 있습니다. 그녀는 햇빛이 비껴가면 내 자리를 옮겨주고, 흙이 마르기 전에 손끝으로 촉촉함을 확인합니다. 그 세심함은 사랑의 언어이자, 매일의 인사처럼 다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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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세상의 미세한 움직임을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표정이 변하면 그 마음의 온도를 읽고, 거리의 소음이 조금만 커져도 긴장합니다. 한때 사람들은 그 예민함을 결함이라 말했지만, 이제 그녀는 압니다. 그것이 다정함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요. 그녀는 예민함으로 세상을 더 깊이 느끼고, 타인의 마음에 먼저 귀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초록을 사랑하는 이유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을 ‘예민하다’고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냥 넘겨”라며 가볍게 말했지만, 그녀에게는 쉽지 않았습니다. 빠른 대화, 쉴 틈 없는 시선들, 형광등의 윙윙거림 속에서 그녀는 종종 숨이 가빴습니다 그럴 때마다 자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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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자동차 경적 대신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가 있었고, 형광등의 윙윙거림 대신 귀뚜라미의 작은 울음이 있었습니다. 자연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었고, 아무 말 없이 곁에 머물렀습니다. 그날의 고요함 속에서, 그녀는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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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 참 다정했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빛이 스치는 방향, 풍성한 숲, 흙의 냄새.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초록빛 안에서 불안이 가라앉을 때마다, 그녀는 자연에게서 다정함을 배웠습니다. 이제 그녀는 말합니다.
초록의 다정, 그리고 전시
그녀의 프로젝트 <초록의 다정>은 자연에게 받은 위로를 전시 공간으로 옮겨놓은 작업입니다. 사진 속 풍경은 쉬폰 위에 인쇄되어 공중에서 부드럽게 흩날리고, 그 아래에는 이끼와 잔잔한 소리가 깔립니다. 공간에 들어선 사람들은 평온함을 느끼며, 자연이 건네는 다정함을 고요하게 경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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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곳. 그녀가 바라는 건 바로 그런 공간입니다. 자연에게 받은 위로를 이제는 자신의 방식으로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 그 안에서 우리는 그녀가 가진 다정함을 또 한 번 느낍니다.
덩굴처럼 배우는 삶
요즘 그녀는 덩굴을 자주 바라봅니다. 서로에게 기대어야만 자라는 식물, 햇빛을 향해 천천히 뻗어가는 그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하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의 관계를 보는 것 같아요.”사람과 사람이 기대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기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의 그녀는 타인에게 기대는 일을 어려워했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다정함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도 결국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
그녀는 운동을 하고, 밥을 챙기고, 주변 사람의 안부를 묻습니다. 그 다정한 일상 속에서 나는 초록의 의미를 배웁니다. 그녀가 자신을 다정히 여기며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도 그렇게 자신을 다독일 수 있기를.
글: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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